
위의 사진은 BP에서 촬영한 6월에 벌어진 이란 민병대의 모습, 아래의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촬영한 5월 15일, 애국기동단이 대한문 앞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철거하기 위해서 모인 모습이다.
잠시 주춤했던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아흐네마지드 대통령이 재선되자 무사비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거리로 나섰고, 이란 경찰과 군, 그리고 민병대가 시위대에 총을 난사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좀 발견하지 않았나? 민병대라니, 민간에서 직접 군대를 만들어서 총을 쏘았다는 소리란 말인가.
이란과 같이 중동 지역의 정세가 혼란스러운 국가들은 국가에서 정식으로 조직된 군대나 경찰 외에도 개인이나 단체의 목숨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사제 병기로 군대를 결성하는 경우가 잦다. 우리에게 있어 민병대란 처음 보는 단어가 아니다. 예전에 있던 미국 -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나 미국 - 이라크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민병대가 있었다. 문제는, 이 민병대가 누구를 위해서 총을 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이란의 민병대들은 표면적으로만 민간에서 결성이 되었을 뿐, 실질적인 지휘는 이란 군수당국에서 내려지고 있다. 본래의 목적이었던 '시민들 스스로 개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를 무시하고서 이미 민병대들은 정부에 뜻에 반하는 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목숨을 빼았고 있다. 무서움마저 들었다. 도대체 이란은 어찌된 국가이길래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끔찍하게 죽일 수가 있지? 1년 전의 미얀마, 그리고 80년대의 광주를 보는 것 같았다. 광주? 광주 이야기가 나오니, 순간적으로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에게도 시민들의 목숨이 파리보다 못한 시절이 있었음을.

이란 민병대의 총에 16세 소녀가 사망하였다. (사람들의 눈 보호를 위해서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도 '민병대'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음 따름이지 실질적으로 국가의 손에서 움직이는 민병대를 여럿 보았다. 대한제국 시기 황제의 권위를 위해서 움직였던 보부상 단체 황국협회나, 50년대 악명을 떨쳤던 서북청년단이 그 시초가 아닌가? 표면적으로는 민간인들이 스스로 만든 단체이나 실상은 정부 소속의 군대나 다름이 없었다. 게다가 얼마나 악행은 많이 저질렀는지. 황국협회가 한 행동은 국사책을 보면 잘 알 것이고, 서북청년단의 이야기만 예를 들어보자.
서북청년단은 북한 출신 (즉, 한반도 전체로 보았을 때 서북 지역) 의 청년들로 구성된 단체였다. 그런데 이 행동이 지금의 청년회처럼 계몽 활동이나 친목 활동을 주로 했느냐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바로 반공을 위하여 태어난 50년대 이념 싸움으로 태어난 기괴한 단체였다. 이들은 조금이나마 '빨갱이' 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폭력을 행사했다. 게다가 어찌나 하는 짓은 더럽던지, 활동 자금도 억울하게 (개중에는 정말 간첩도 있었겠지만) 폭력을 당한 사람들에게서 빼았거나 미군 군수 물자를 횡령하는 방식으로 충당하였다. 이들의 활동이 빛 (?) 을 발한 곳은 바로 제주도였다. 서북청년단은 제주도에서 빨치산을 잡기 위해 엄한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 제주도 사람들이 4.3 항쟁을 벌인 이유 중 하나도 뭍에서 올라온 서북청년단과 경찰에 대한 증오였다.
그 밖에도 한국 현대사를 보면 분명 이름은 있는데, 실상은 정부의 꼭두각시인 '민병대'가 얼마나 많았던가? 지금도 이름이 유명한 땃벌떼, 백골단들은 이승만 정부 시절 야당과 시민들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폭력 깡패 단체였다. 물론 이승만과 자유당의 지시로 행동하는 곳이었다. 80년대 까지 이런 단체들이 계속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서 좌지우지하다가 민주화가 되고나서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순진한 생각이다.
한 때 집에서 조중동 같은 족벌 언론을 보고 있을 때, 만날 신문 사설란 밑의 광고에는 흑백에 한자를 섞은 촌스러운 광고가 있었다. 내용도 어찌나 우습던지, 모모 단체는 북괴의 행동을 받는 간첩이다, 모모는 빨갱이 민족 반역자이다. 좀 재미있던 것은 한 때 호주제 폐지 운동이 나왔을 때는 호주제 폐지를 주도했던 모 여성 단체에 대해서도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 단체' '종교적 (그러고보니 무척이나 기독교를 광신했었지.) 타락으로 남한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테러 단체' 같은 말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광고를 하는 단체들은, 그들이 비난하는 단체들보다도 더 편향적이고 더 위험하고 더 파시스트같은 사람들이 모였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렀고, 2MB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시대는 역행하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의 촛불 시위를 정부와 경찰에서는 간단하게 '폭력 시위'로 규정지었고 신나게 밟아대었다. 좀 재미있던 것은 정작 HRD나 고엽제전우회같은 곳에서 가스통을 꺼내들고 시위를 하는 것에는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이가 많이 드셨으니 예우를 해주는 뜻에서 그런 것일까? 민가협 같이 평균 구성 연령이 50 ~ 60대인 곳의 시위에는 시원하게 밟아주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단지, 뜻이 같으니 처벌하기 싫은 까닭이었겠지.
이제 이런 사람들이 뭉쳐서 올해 초 애국기동단을 결성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일 중의 하나였다. 50년대도 아니고, 무척이나 서북청년단같이 '좌파 척결, 좌파 사냥' (단체장의 입에서 아주 태연하게 사냥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 사람들의 뇌 속이 도대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가 궁금했다.) 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었다. 결성식 장에서 무술 연습을 보이며 힘을 강조했다. 물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뻘짓일 뿐이었다.
그렇게 무시하고 지나던 단체였는데 5월 15일, 이 들이 일을 내고 말았다. 대한문 앞에 설치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를 이들이 강제적으로 철거하려고 한 것이었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이들이 '짐승같이 뛰노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보았을 때는 도대체 내가 사는 나라가 언제부터 이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생각하니 작년부터 그랬지, 하고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가스총을 하늘에 발사하고서, 경찰에게만 주어진 철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였다. 주위에 깔려있던 전경들은 그냥 가만히 보고 있었다. 오히려 지휘관들은 좋아하지 않았을까? 자신들이 할 일을 대신하고 앉아있으니. 이 들의 행동이 실패로 끝난 것이 무척 다행이었다.
이제 그 날로부터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이란 민병대들의 난동을 보고 있다. 이란 민병대들의 인간으로 보이지 않은 살육에 분노하면서도, 지난 달 애국기동단의 행동이 그들 위에 겹쳐보였다. 이란 민병대가 정부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였듯이, 애국기동단은 2MB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스총을 내뿜었다. 두 단체의 차이란 존재할까? 그냥 가부장적인 가치 위에서 인간 이하의 짐승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아직 애국기동단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제 모른다. '선진화'를 추구하는 정부가 진압의 선진화를 위해서 애국기동단을 직접 지휘하고, 총을 난사할것 같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단지 망상임에 불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그것이 진짜로 보이는 나라야 말로 진정으로 미친 나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