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큼 독립영화가 주목받고, 또 총체적 위기에 놓인 적도 없을 것이다. 「워낭소리」, 「똥파리」 같은 독립영화들은 계속되는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에서 독립영화의 대중 흡입력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질이 우수해서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온 것도 원인이었지만, 매스컴의 홍보와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이어진 개봉 확산이 흥행 돌풍을 만들었다. 독립영화에도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한편으로는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호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실책도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정부 차원의 개봉 지원 중단을 비롯해서 독립영화인에 대한 '좌파' 낙인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공식적인 정책에서 '독립'과는 다르게, 모호한 표현인 '다양성'이라는 말이 들어가게 되었다. '독립'이 뜻하는 것이 세상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 해서 작가가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표현 개명 사건은 영화진흥위원회의 가장 큰 삽질이었다.

 

이렇게 희망과 절망이 엇갈리는 갈림길에서 어느 덧 인디포럼의 계절인 초여름이 다가왔다. 사단법인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주최로 열리는 국내 최고의 비경쟁 독립 영화제 '인디포럼' (Indieforum) 어느 덧 14주년을 맞이하였다. 국내 최장수 독립 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에 비하면 아직 어린애 뻘이지만 작으면서도 다양하고, 어떤 억압에도 구속받지 않고, 무엇보다 상에 좌우받지 않는 축제가 14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문화의 획일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인디 포럼은 작년에 개관한 독립 영화 전문 개봉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영화제이고, 또 작년에 있었던 촛불 집회 등 계속 터져나온 사회적 이슈로 인해 작품의 주제를 더욱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정부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뜻일까. 작년 인디포럼의 슬로건이 연대를 의미하는 '편대비행'이었다면 올해 인디포럼의 슬로건은 '주먹쥐고 일어서!'이다. 단순히 보면 「늑대와 춤을」에서 나온 한 인디언 청년의 이름이지만,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는 이 슬로건에 '저항의 의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번 인디포럼의 개막작은 전경과 시위대의 우연한 만남을 다룬 서재경 감독의 「외출」과 시각장애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섞어서 표현한 김영근, 김예영 감독의 「산책가」이다. 두 영화 모두 10분 내외의 짧은 단편 영화이지만 「외출」이 촛불 집회를 다룬 수많은 독립 영화 중에서 전경과 시위대의 특이한 교감을 다룬다는 점에서, 「산책가」는 단순한 장애인에 대한 묘사가 아닌 세상을 인지하는 과정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폐막작은 사회적 약자의 잊혀져가는 죽음을 소재로 한 박홍준 감독의 「소년 마부」이다.

 

국내 신작전은 총 55개 작품, 1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국내 신작전의 작품 소개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기사에서 차례차례 소개할 것이다.) 국내 초청전과 슬로건의 주제를 담은 포럼 기획전도 알차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여고생과 이주 노동자의 로맨스를 다룬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 매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 프로젝트로 제작되는 「숏!숏!숏! 2009 : 황금시대」등 7편의 작품이 국내 초청전에서 상영된다. 포럼 기획전에서는 온라인 배급 방식으로 화제가 되었던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의 후속편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 2 - 320 프로젝트」 5개의 작품, 2가지의 기획으로 상영된다. (역시 이 기획전 모두 29일 까지 연달아서 계속 소개할 것이다.)

 

2007년부터 인디포럼에서 매해 독립영화 정신을 가장 밀도 높게 구현한 사람(또는 단체)에게 주는 '올해의 얼굴' 상에는 인터넷 생중계와 다양한 매체 활용을 이용한 촛불 집회 중계로 호평을 얻은 진보신당의 '칼라 TV'가 선정되었다. '인디포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포럼도 열린다. '촛불 1주년, 독립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다음 달 2일 인디스페이스에서 7시에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이택광 경희대 교수, 고병권 연구공간 수유+너머 추장, 진중권 중앙대 교수 등 6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가 넘칠 것으로 보인다.

 

인디포럼 2009는 이번 달 29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명동 인디스페이스와 홍대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상업영화의 타성에서 벗어나 독립영화의 새물결을 타고 싶은 청소년들, 꼭 가볼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