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1946 ~ 2009)

 

오늘 아침, 갑작스러운 사망 기사를 접했고 나는 그것이 오보인 줄로만 알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리포터는 전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박연차 게이트로 인해 '위정자의 말로는 이렇게 되는 것인가.'라고 담담히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자살이라니,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고 광주 민주화 항쟁을 처음으로 증언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정적들로부터 탄핵을 당하고 한미FTA 등의 정책들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생기고, 결국 은퇴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뇌물 스캔들로 수사를 받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이고 파란만장한 삶의 끝이었다.

 

사람은 기억을 잊는 동물이라서 언젠가는 그의 죽음도 가끔씩 입에만 오르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가져오는 여파는 정치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다. 몇 주 전만해도 박연차 게이트로 지지율에 화색이 비쳐오던 한나라당과 MB 정권은 박연차의 뇌물 공여자 명단에 MB의 측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오르면서 '박연차 게이트'는 약에서 서서히 독이 되어가고 있었다. 노무현의 자살은 누군가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과 MB를 포함한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들은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는 동안 조중동 등의 언론에서 죄과 부풀리기, 의도적인 격하 문제가 제기되었고 검찰에게는 무리한 표적 수사, MB 측근 봐주기 등이 문제가 불거졌던 상황에서 타격은 불파기할 것이다. MB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불안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큰 폭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얄궂게도, 평소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던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사후 복수를 한 셈이 되었다.

 

한편 민주당은 반사 효과를 얻게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도중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여서 일부 노무현 지지자를 제외하고는 현재의 민주당과 연고는 별로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현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이 큰 기반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일반인들의 인식도 그와 비슷하다.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과 그의 죽음에 대한 동정론이 앞으로 4개월 후에 있을 10월 재보선까지 영향을 끼칠지가 관건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지지율은 미미하게 오르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별다른 관계도 없었고, 오히려 한미FTA로 인해 사이가 틀어졌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정치 역학의 거대한 추가 되고 말았다. 사람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쓰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더 논의를 해보아야 겠지만,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이 한나라당과 검찰, MB 정권의 책임론과 동정론을 가지고 있는 이상 한나라당과 MB 정권의 지지율 폭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지만 이 변수가 10월 재보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또한 현재 한나라당이 밀어 붙이고 있는 미디어법 등의 '악법'에도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에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