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들
① 떡밥의 전파
프리퀄 ② 뿌린대로 거두리라
헬라를 포함해서 몇몇 사람들이 사회당 덕후위원회와 위원장 stcat을 비난한 방식들은 어찌보면 디시인사이드에서 한 사람을 매장시키던 방식을 재현한 것이었다. 물론 말을 한 당사자의 논리적 모순을 논파하거나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 근거를 찾아낸 것은 디시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이 위력이 사생활 정보를 퍼트리고,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요소로 쓰인 순간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그 당사자들이 일반인들도 손가락질을 할 만한 일을 저질렀었기 때문이었다.
멀리 가볼 필요도 없이,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사건 하나를 살펴보자. 바로 '회손녀 고아라' 사건이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들썩이던 작년 여름, 아쉽게도 유도의 왕기춘 선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하던 '고아라' (연예인과 동명이인이다.)가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은메달을 딴 것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고 디시 유저들이 그 글을 발견하면서 부터가 문제가 되었다. 고아라가 디시인들과 계속 포스팅으로 비난을 벌이면서 점차 '전투'는 난투극의 형식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시인들은 특유의 정보력 (?) 으로 고아라가 다니는 대학교 학과, 사는 곳, 남자 친구, 핸드폰 번호 같은 사생활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사무소에 공익요원을 다니는 어떤 유저가 그녀의 사는 곳을 토대로 주민등록번호를 캐내면서 (!) 문제는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디시 유저 몇 명이 그녀가 사는 아파트로 직접 찾아가는 일까지 일어나고, 그것을 또 '아프리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 이 사건은 고아라와 그녀의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탈퇴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분명 고아라의 행동은 메달만으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아주 저질적인 행동이다. 욕을 먹어도 반박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디시인들이 그녀에게 한 행동은 지적을 넘어선 비난과 사생활 침해였다. 과연 싸이월드 방명록에 올린 개념없는 글을 징벌하기 위해 한 사생활 공개와 개인 정보 공개가 합당한 행동이었을까? 오히려 익명성과 정보력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 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 '이오공감 조작 의혹'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예전의 사건 당사자들이 선악 관계가 명확하고, 다른 이들에게 욕을 먹을 만한 행동을 했었다면 이번의 사건 당사자인 사회당 덕후 위원회와 stcat은 좋다 나쁘다를 구별하기 힘든 존재였다. 쉽게 말해서, 일반인이었다. 이번에 그들을 공격한 이들이 전부 디시인사이드 출신은 아니겠지만, 디시에서 흔히 쓰던 방식으로 그들을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무리수가 있었다.
첫 번째, 당위성이 부족했다. '고아라' 같은 이들이 일반인들도 혀를 찬 행동으로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이오공감 조작 의혹 사건'은 단지 의혹이 전부였다. 결과만 있을 뿐, 확실한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의혹'을 '사실'로 포장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이들의 비판으로 포장은 무너지고 말았다.
두 번째, 그들이 공개한 사생활 정보는 사실 사건과 관계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창립 관련 인물인 제엠의 본명, 과거의 행적, 요염한 문중과의 관계를 대면서 의혹을 사실로 입증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회에서도 말했듯이 그가 탈학교 청소년에다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요염한 문중 (물론 그의 행적은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과 친하다는 사실이 어째서 조작의 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되는가? 게다가 제엠은 사건 당시에 어느 정도 덕후위원회와 거리를 둔 상태였다. 연관 고리가 없는 두 개의 정보를 무리하게 걸려고 하다가 결국은 뜯어지고 말았다.
이글루스 유저들은 처음에 헬라 등의 말을 지지하는 쪽이 많았지만, 이러한 무리수가 속속 드러나면서 급격하게 헬라에 등을 돌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처음에 의혹에 대한 확신을 보였던 헬라가 자신의 과거 행적과 실명, 주소 등이 공개되는 역풍을 맞게 되었다. 사생활 공개로 승기를 잡으려고 했던 그들이 오히려 반대로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몰락을 자초하게 된 꼴이었다. 어찌보면,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한 인과응보였다.
이번 '이오공감 조작 의혹 사건'과 '의혹 제기자들의 몰락'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의혹을 무리하게 제기한 자들은 조중동의 프레임과 흡사한 행동을 보였다. 지나치게 음모론에 의존한 나머지, 심적 의심과 잡다한 정보를 공개하고서 '자, 이것이 사실이다!' 라고 주장했다. 조중동이 중장년층, 노년층을 타겟으로 노려 각종 문제 제기에도 노련하게 넘어갔지만, 이글루스는 20 - 30대의 청년층이 주 타겟이다. 당연히 그런 구닥다리 프레임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몰락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자초한 몰락에 앞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이 몰락하는 직접적인 단초가 된 진영의 '헬라 사생활 정보 공개'는 과연 옳은 일이었는가? 헬라의 사생활 침해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진영의 방식은 헬라 측과 같았다. 사생활과 그들의 치부를 공개함으로써 그들을 몰락시켰다. 비유를 하자면, 조중동이 쓰던 방식으로 조중동을 공격한 것이다. 이런 식의 승리는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 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여지를 줄 뿐만 아니라 나아진 것이 결과적으로는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그들과는 다른 프레임에서,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한다. 만약 이런 식의 승리가 계속 된다면, 승기를 잡은 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언제 드러날지 전전긍긍하는 '불안 속의 승리'를 즐기게 될 것이다.
③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다루었어야 할 주제, '오타쿠의 정치화' 를 다루겠습니다.
1차 수정 : 루베트 님의 지적으로 '결과만 놓고 보자면 정당하다' -> 헬라의 사생활 침해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였지만' 으로 수정합니다. 앞으로도 이상한 부분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2009년 5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