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밑 글에 당분간 글을 올리지 못한다는 글을 썼는데,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깨버리고 말았다. 아, 역시 글쓰기 중독자는 (…). 자기 전에 잠시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본 글인데, 글을 쓰지 않으면 되지 않을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글을 쓰고 자려고 한다. 일단 먼저
▶ 혼인과 결혼이라는 표현의 차이 - 2009년 11월 8일, 서찬휘
위의 글을 읽고서
▶ 꼴페남 사상이 판치는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어이없는 파시즘적 언어 행태 강요 - 2009년 11월 8일, 단멸교주
이 글을 보자.
단멸교주 님은 '언어를 어떤 이념, 도덕 등등의 이유로 어거지로 바꾸는 것을 싫어한다' 고 밝혔다. 물론,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이유를 바꾸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직시해야지. 언어를 창안한 사람이 엄청 고심하지 않는 이상 언어에는 만든 사람의 생각(프레임)이 담겨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정부에서는 작년부터 '저탄소 녹색 성장' 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고 있다. 추진하는 일로 봐서는 전혀 저탄소나 녹색하고는 상관없는 정책이 많지만 정부가 이 단어를 쓰는 이유는 일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자신들의 정책을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 믿게 하기 위해서이다.
왜 역사 포럼이나 공청회에서 단어 관련 논쟁이 일어날까? 단어는 무척 짧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함의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역시 예를 들어보자. 현재 역사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동학농민운동'은 옛날에는 '동학란' 이나 '동학농민반란' 등으로 쓰였다. 왕조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보았을 때는 농민들이 감히 왕권에 저항한 반란 그 이상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용어도 바뀌게 되었다. 많은 단어들이 제안되었다. '갑오농민전쟁' (이 쪽은 북한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나 '동학농민혁명' 등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나왔다. 하나의 이름에는 그 대상에 대한 생각과 평가가 담겨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자.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의 주도로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5.16 군사혁명'으로 부르는 것과 '5.16 군사 쿠데타(정변)'으로 부르는 것은 같은 의미인가? 지칭하는 대상은 같지만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단어의 선택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 문단을 보자.
예전에 6.25 전쟁을 다른 말로 바꾸자는 얼간이들이 있어서 참 어이가 없어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어떤 좌빨적 이념에 따르려 했기 떄문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좌빨이 파시즘일 수 밖에 없다.
정말 '좌빨'이나 '수꼴'이나 문제이기는 한데(원래 '파시즘적이기는 한데'에서 수정합니다.), '6.25 전쟁'을 다른 말로 바꾸자는 주장 자체를 좌빨적 이념에 의한 행동으로 치부하자면, 국립국어원에서 '외래어 바꿔쓰기 캠페인'을 전담하는 사람은 다 파시즘인가 보다. '6.25 전쟁'이라는 말대신 '한국 전쟁'을 주로 쓰는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는 단멸교주 님 말에 따르면 빨갱이일 확률이 99.9%인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박명림 교수는 좌빨보다는 중도 보수에 가까운 인물이다. 아마도 0.1%에 든 사람이었나 보다. 우리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을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왜 혼인은 남성 중심적인 사상이 아닌가? 혼인이 여자가 남자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건 시집살이 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보자면 이건 더 심각한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폐단을 극명하게 드러낸 단어가 아닌가?
이 문단을 읽고서 단멸교주 님이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서찬휘 님의 본래 문단을 보자.
옛부터 화촉을 밝힐 때 낮과 밤이 만나는 시간, 해질무렵(昏)에 남자가 여자(女) 집으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디 식은 저녁에 올리는 것이었다고 하죠. 그래서 혼(婚)은 남자 입장에서 여자에게 장가간다는 표현입니다. 인(姻)의 경우는 여자 쪽에서 남편을 찾을 때엔 중매 역할을 하는 부인인 매씨를 통했기 때문에 여자(女)인 매씨로 말미암아(因) 남편감을 만난다 해서 인(姻)입니다. 그래서 인(姻)은 여자 입장에서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표현이죠. 이렇게 파자를 하지 않아도 옥편에서 찾아 보면 뜻 자체가 남아 있습니다. 아내의 친정집을 뜻하는 것이 혼(婚), 반대로 사위의 집을 뜻하는 것이 인(姻)입니다.
그 다음에 나온 '파시즘의 미화' 부분은 정말 경계해야 할 문제이지만, 문단을 잘못 읽으신 것 같다. 분명 서찬휘 님은 혼에는 장가의 의미, 인에는 시집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즉, 둘 다 다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단멸교주 님은 혼인에는 여자가 남자 집에 들어간다는 의미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너무 흥분을 한 나머지 글을 잘못 읽으신 것이 아닐까? 그런 점들이 아쉬었다.
(2009년 11월 9일 오전 3시 33분 일부 추가. 단멸교주 님께서 답글을 남기셨습니다.
▶ 혼인이 정말 맞는 표현? - 2009년 11월 9일, 단멸교주
먼저, 서찬휘 님의 '남자 입장 ~ 것 이죠.' 부분을 넣지 못한 점에 대해서 독자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혼인'을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의 단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찬휘 님이 '결혼'을 남성우월주의적 단어로 본 것은 '장가를 간다'의 뜻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본 것이었죠. 물론 여자는 집에 있기는 하지만, 남자가 주도를 하게 되니까 '끌려간다'는 단어로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파시즘' 부분에 대해서. 물론, 아예 법적으로 이런 말을 쓰면 각종 제제를 가한다… 식으로 나아가면 이건 당연히 문제맞습니다. 하지만 파시즘이라는 단어에 담긴 뜻이 '독단적이고, 평등을 부인하고 폭력과 기만에 중점을 두는 (거기에 엘리트주의, 전체주의적인 특성까지 포함해서)' 이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에 대한 강요를 파시즘으로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멸교주 님 말대로 단어의 사용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은 대부분은 - 대부분은 제가 넣은 단어입니다. - '단순히 권고와 제안의 범위' 안에 있는 글이기도 하고요. 그런 것에 상관없이 단어의 어원을 밝혀내고, 어떤 함의가 담겨있는 지를 밝혀내는 것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문제가 된 글 자체가 강요의 수준도 아니었지만요.
아, 실수로 단멸교주 님의 '꼴페남…' 글에 또 트랙백을 보내버리고 말았네요. 죄송해요. 삭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할 글
▶ 담론 공격을 방어하는 언어 만들기 - 2009년 3월 17일, capcold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언어' 속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담겨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지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링크를 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