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대안 창립 총회가 무산된 현장에서 만세를 부르는 노인들. 과연 그들은 단지 보수이기 떄문에 '깽판'을 쳤을까? ⓒ 오마이뉴스 유성호

 

▶ 민주주의를 삼계탕 한 그릇과 맞바꿀 수 없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2009년 10월 20일

 

지난 19일,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희망과 대안' 창립 총회가 무산되었다. 100여명의 노인들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행사장에 난입해 야유와 욕설을 내뱉고, 심지어는 참석자들의 멱살도 잡았다고 한다. 창립 총회 전에 이미 실무자를 전부 선임해 놓았기에 '희망과 대안'은 행사를 계속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30분 만에 행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인들의 함성. "우리가 이겼다!" 그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행사가 무산될 지경까지 '깽판'을 친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노인분들의 깽판의 역사는 예전부터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도 존재했고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좀 더 과격해졌을 뿐이다. 현충원에 들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부리고, 여의도 MBC 본관 앞에 찾아가 상징물을 호수에 처박아 놓는 일을 한 것도 노인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조금 강도가 세진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좀 묻자. 과연 노인분들은 단지 보수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예전부터 노인 분들이 일당을 받고서 깽판을 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위에 링크해 놓은 기사에서는 그런 루머가 현실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기자 분의 아버지는 협회 지회장이 밥을 사준다는 이유로 MBC 앞에서 데모를 하였다. (아마도 그 상징물을 호수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을지도 모른다.) 이 기사나 여러 가지 들려오는 소문으로 짐작할 때 원래부터 열성적으로 데모 / 퍼포먼스 활동을 사람은 5%도 채 안 될 것이다. 대부분은 일당을 준다거나, 밥을 사준다는 이유로 참가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쥐꼬리만한 일당과 밥 때문에 데모에 참가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에게는 적은 일당과 밥을 받고서라도 어딘가에 가고 싶어한다. 매우 심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년층이 할 것이 무척이나 없는 국가 하나이다. 대부분의 문화는 젊은 층들에게 쏠려있고 노인들이 갈 만한 장소나 취미거리도 많지 않다. 경로당에 가면 아직 올 나이가 아니라고 쫓겨나지, 부인하고 잠자리를 같이 하려해도 별 감흥도 없지, 자식들과는 서먹서먹하지. 이거 뭐, 것도 놀 것도 없으니 매일매일이 심심할 따름이다. 오죽하면 노인 전용 콜라텍이 생기겄나.

 

그런데 평소에 알고 지내던 친구나 협회장이 자기를 부른다. 뭔 일인지는 몰라도 밥을 사준다거나 용돈을 준다니 집에서 할 일도 없이 누워있거나 탑골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막상 약속 장소에 가보니 피켓과 태극기를 나눠주고 데모를 하자고 한다. 어떻게 하는 건대? 라고 물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거나 막 욕설을 하고 마음껏 몸을 부리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신이 난다. 그래서 하라는 대로 데모를 하고 욕을 하고 기분이 좋으면 멱살까지 잡는다. 이미 주위의 혀를 차는 소리는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 기분이 한창 절정에 올랐을 때 자연스레 만세 삼창이 나온다. 이것이 대부분의 노인 데모의 현실이다. 할 일도 없으니 마침 밥 사준다고 나왔더니, 알고보니 데모하자는 것이었더라. 게다가 노인들은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는 별 상관이 없다. 그저 자기가 주로 보는 신문에서는 '좌파 빨갱이' 때문에 모든 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고, 옛날 박정희 시대의 향수가 기억날 뿐이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면서 노인들은 쉽게 보수 세력의 '용역'으로 이용당한다.  

 

결론은 노인들이 즐거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모를 소일거리로 삼지 않게 하려면, 평소에 취미를 가지게 하거나 할 거리를 만들게 해야 한다. 각 지역의 주민 센터(구, 동사무소)에서 노인들을 위한 강좌를 더욱 확충하거나, 단체에서 취미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노인들이 심심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전쟁의 반대는 권태라고. 심심하고 할 것이 없어 지겨울 때 폭력은 가장 화끈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다만 뒷일이 비참할 뿐이다. 심심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 때, 노인들이 데모에 참가해 깽판을 부리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