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침 / 붕가붕가레코드
※ 리뷰 중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두 번째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의 미리니름(스포일러)이 일부 들어갔습니다. 그 점을 유의해주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작년 인디 씬의 걸출한 '오래된' 신인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박 행진을 날린 뒤로, 붕가붕가레코드의 행보가 점점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솔이'로 잘 알려진 이자람이 결성한 포크 락 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 한국식 '야매 라틴'을 선보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그리고 그 뒤에 선보인 밴드가 '아침'이다. 아침은 올해 헬로 루키에 응모했지만 아깝게 떨어졌다고 하는 것 외에는, 솔직히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기괴한 표지 또한 7월에 나온 싱글을 10월에 사게 만들게 했다. 새로운 것에 빠져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은 들어맞았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는 싼 가격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수록된 싱글 4곡을 들으면서 붕가붕가레코드에는 마이더스의 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총 16분 동안 듣자마자 그들의 정규 음반이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수공업소형음반은 싼 가격에 세 네곡 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듣는 순간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마약같은 존재이다. 아침의 첫 싱글 「거짓말꽃」은 그런 점에서 '신종 마약' 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다른 멤버들의 연주 실력도 훌륭하지만, 아침에 특이한 색깔을 부여하는 것은 보컬 권선욱의 목소리와 그가 직접 작사한 노랫말이다. 어떤 사람은 권선욱의 목소리가 흡사 '남자 양희은이 포크대신 록을 부르는 것' 같다고 평했는데, 옳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콧소리가 섞이면서 터져 나오는 권선욱의 목소리는 노래에 호소감과 중독성을 선사한다. 약간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지만, 아침의 일등 공신은 단연 권선욱 만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이다.
권선욱은 아침에 목소리만 선물을 주지 않았다. 그가 직접 쓴 가사는 가뜩이나 우울하고 시리어스한 사운드를 더욱 침체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밝은 노래에는 희망을 부여한다.) 첫 곡으로 실린 「불신자들」에서 2분 동안의 긴 전주가 흐르고 흘러나오는 가사는 딱 두 문장만 반복된다. '믿음이 타고 있다. 그곳에 고기를 구어 먹자.' 믿음이 타고 있다는 가사만 해도 늙으신 분이 들으면 싫어할만한 내용인데 거기에 한 술 더떠 믿음이 타오르는 자리에 고기를 구어 먹자고 하고 있다! 인트로 가사부터 범상치가 않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연타석으로 터져 나오는 앨범의 타이틀인 「거짓말꽃」은 '아! 하! 하! 하!' 의 반복, 그리고 '씨가 떨어져'서 생긴 '한 알의 거짓말'에서 꽃이 자라난다고 일갈한다.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해 무지막지하게 자라난 거짓말을 비유한 것일까. 충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갑자기 중간에 베이스를 맡고 있는 박선영의 목소리로 락은 한 순간 보사노바로 변화한다. 침체된 사운드 사이에 툭 튀어나온 약간은 안정된 분위기의 라틴 음악.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신기하게도 아귀가 맞게 딱 떨어진다.
…헌데 이것도 끝이 아니다. 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앞의 두 노래보다 더 암울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버려질 것을 모르고 '밤새 떠드는 여자 아이들'과 '어떻게든 아침이 오는 걸 막으려는 남자애들'의 눈 앞에 세상은 불에 타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불타오는 세상을 어떻게 할 줄 모른다. 단지 '구신들은 저 멀리서 웃고' 있고 '달님은 모든 걸 알면서도 무심한 척' 하며 손톱을 손질한다. 파멸된 세상, 반동을 시도하려는 자와 전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이 둘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불꽃놀이」는 아무런 희망도 제시하지 않고 암울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를 맺는다. 시리어스한 사운드, 침체되고 허무적인 가사, 그리고 권선욱의 보컬이 결합하면서 암울함은 밑도 끝도 없이 치솟는다. 전에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말했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두 번째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가 계속 떠올랐다. 자신(이카리 신지)와 여자 한 명(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녹아 흐물흐물해졌고 세상은 온통 빨갛게 되어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 라는 여지를 주지 않은채 안도 히데아키는 파멸된 세상을 계속 보여준다. 이 노래를 그 극장판의 엔딩에 덮어 씌워도 썩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딱 중간」이 이런 암울한 분위기를 해소하면서 싱글을 끝내지만, 삼연타로 이어진 침체된 사운드는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음악 웹진 <보다>에서 단편선이 지적한 것 처럼 (클릭) 기타 리프가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중독성이 강력' 하다. 「불신자들」의 '빠빠야 빠빠야 빠바', 「거짓말꽃」의 '아! 하! 하! 하!', 「불꽃놀이」의 '무심한 척 손톱 손질 중'은 자칫하면 평범해질 수 있는 노래에 중독성을 부여했다. 대체 어떻게 붕가붕가는 이런 밴드를 발굴했는지, 전부터 느꼈지만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더 대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약같은 가사, 마약같은 권선욱의 보컬을 계속 듣기 위해서라도 정규 1집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밴드이다. 그런 의미에서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님 만세이.
(※ 2009년 10월 8일 8시 5분 1차 수정)
(※ 2009년 10월 8일 8시 44분 2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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