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쿠시마 텟페이 / 슈에이샤
요즘 세상을 보노라면 참 신기한 생각이 든다. 분명히 MB 정권에서는 실용 정부를 표방하면서 이념에 신경 쓰지 않는 정책을 보인다고 공언했었는데, 벌써 사회 고위층 대부분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각종 단체들은 좌파, 빨갱이란 단어를 내뱉으며 자기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에게 꼬리표를 붙인다. 어째 2년 전보다 더 이념에 충실한 사회가 되었다.
물론 이념, 중요하다. 자신이 생활할 방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정표가 바로 이념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고 공공연히 말하지만 아직도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등 사회, 경제의 사고방식의 기본을 결정짓는 이념은 살아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60여 년 전의 한국 전쟁처럼 이념을 가지고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행위는 비인간적인 행위이다. 어떤 이념이라도 인간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도 인간에 대한 간단하고도 소중한 본질을 망각한 채 사람을 ‘좌빨’(좌파 빨갱이)로 몰아넣었는데 옛날에는 단지 이념이란 말이 없었을 뿐이지,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을까. 당장 국사책을 펴놓아도 조선 후기에 성리학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해 성리학을 비판하는 학자들을 숙청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한 일은 무척 유명하다.
후쿠시마 텟페이의 「사무라이 우사기」는 이념이 인간보다 우선시되던 사회에서 사람을 더 귀하게 보려 했던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때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대, 사회는 안정되고 상업이 발전하여 얼핏 보기에는 편안한 나라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신분의 벽에 쌓여 사무라이는 ‘천박하게’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먹어서는 안 되고, 평민은 ‘감히 무엄하게’ 사무라이에게 손이라도 잘못 댔다가는 바로 칼에 맞아 죽는 시대였다. 사무라이 혼을 운운하면서 체면을 지나치게 중시하던 국가였다.
이렇게 빡빡한 이념과 법규가 사회를 지배하는 답답한 시기에 한 쌍의 신혼 부부, 우다가와 고스케와 시노가 살고 있었다. 고스케는 아버지와 형이 체면을 손상했다는 이유로 죽었다. 그 체면이라는 것은 머리가 빠져 김으로 가발을 했다는 이유와 단순히 손을 흔든 행동이 주군에게 밉상을 보이는 것으로 비쳤다는 이유였다. 시노도 마찬가지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지위가 높은 사무라이의 청혼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그 사무라이는 밖에서만 허물없는 척을 할 뿐 실제로는 무척 체면과 자존심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사무라이의 부인은 다소곳이 앉아서 내조에만 충실해야했던 시대에서 천진난만하고 솔직한 성격의 시노는 항상 구박과 고통 속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첫 번째 결혼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고스케, 시노 모두 사람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시대에 속에서 상처를 받은 인물들이다.
자유가 억압되는 시대에는 반드시 자유를 되찾으려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시노와 결혼하고부터 점점 자기 주변을 에워싸는 이념과 체면의 장벽을 깨 부시고 싶은 생각이 든 고스케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검술도장을 세우게 된다. 천하 제일을 꿈꾸지만 고상한 이념 대신 각자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도장. 문하생은 많이 오지 않지만 자유로운 학풍에 이끌린 사람들 사이로 도장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꽃피운다. 「사무라이 우사기」는 비록 화려한 싸움이나 카리스마 있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고스케, 시노, 그리고 도장에 모인 문하생들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어르신들이 소리 높여 멸공을 외치던 공산주의도 원리 자체는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인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던 이념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인간을 깔아뭉개는 상황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금만 이념에서 자유로워지자. 이념이 다르다고 사람마저 다르게 보는 건 좀 아니잖아.
- 2009년 9월 7일,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에서 연재하는 만화 기사 「코믹 소사이어티」 33화. 게재재 당시에는 편집부에서 '이념과 체면의 사회에서 자유를 꿈꾸다'로 변경. (…나름 센스가 있다고 지은 제목이었는데, 편집장에게는 영 아니었나 보다, 쯥.) 일본에서는 이미 7권 완결으로 끝난 작품이다. 마이너 잡지 (미디어 팩토리의 「코믹 플래퍼」, 잡지가 나쁘지는 않지만 인지도가 그렇게 높진 않다.) 에서 단편을 게재하다가 메이저 잡지인 「소년 점프」에서 첫 연재작을 만들어낸 케이스. 배틀물의 성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치유물 + 일상물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일부 고증이 잘못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에도 막부 말기 시대의 모습을 잘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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