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참 개성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일까요.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모던 락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밴드가 있다. 정체를 도통 알 수 없는 - 사실 정체는 사회 비판이지만 - 가사에 매회 출연할 때마다 패션쇼를 방불케 할 정도의 센스 감각을 지닌 시대를 초월한 밴드, 예전에 인기를 끈 해외 청소년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을 딴 그 밴드의 이름은 '삐삐밴드' 이다. 삐삐밴드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이유는 특이한 가사와 충격적인 리듬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보컬 이윤정의 괴상한 매력 때문이었다. 멋있긴 멋있는데 약간 똘끼가 있는 것 같은 양아치적 매력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얼마 안가 보컬이 교체되고 이름이 '삐삐롱스타킹'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만난 이 밴드의 홍일점 이윤정은 계속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고 한 동안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 (사실, 몰라서 못 들었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앨범 2장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추억 속에만 자리잡고 있던 이윤정은 M.net의 트렌드 패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마침내 작년, 원더걸스의 「Tell Me」를 기점으로 불고 있던 복고 열풍의 한 자리를 장식 (?) 하는 뮤직비디오 「CURIOSITY KILLS」를 선보이게 되었다. 아티스트 이현준과 함께 EE라는 일렉트로니카 퍼포먼스 팀을 결성한채로.

 

 「CURIOSITY KILLS」는 독한 뮤직비디오였다. 흡사 80년대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튼 느낌이라고 할까.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흡사 '롤라장'에서 흘러나오는 디스코풍의 리듬과 비트, 거기에 구린 화질의 뮤직비디오라니. 이거야 말로 진정한 복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만드는 참 독한 뮤직비디오였다. 노래의 수준도 나쁘지 않았고 슬슬 일렉트로니카에 관심을 가지려던 차여서 디지털 싱글이 참 반가웠고, 정규 1집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정규 1집 「imperfect i'mperfect」가 발매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것과 '자기는 완벽하다'는 상반되는 두 문장의 기묘한 만남을 표현한 앨범 제목답게 노래도 참 기묘했다. 맨 처음에 흘러나오는 인트로 성격의 노래「EEntro」는 앨범 전 곡을 요약한 느낌이 든다. 앨범에 수록된 곡의 비트의 대부분을 짧은 시간안에 담아내면서 혼란스러운 기분을 들게 했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 대부분이 비트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수작들이지만 그 중 좋아하는 것을 뽑아보자면 「눈코입귀」와 「기억속의 하이칼라」, 그리고 싱글에서 복고 폭격을 선사했던 「CURIOSITY KILLS」를 들 수 있겠다. 반복되는 비트음 가운데에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 이 앨범에서 난해함으로 최고를 치자면 단연「xasquach」이다. 가사를 봐도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 가면 갈수록 망가지는 비트의 연속이다. - 를뭔가 계속 반복하고 싶은 노래, 사람의 뇌리를 사로잡는 비트가 참 마음에 들었다. 과연 이들의 전직이 모던 락 밴드 보컬, 아티스트인지 궁금한 수준이다. 프로듀싱은 다른 DJ가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한 호기심과 추억에서 듣기 시작한 그룹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들의 노래는 '퍼포먼스'가 있어야 제대로 된 한 편의 음악이 완성된다는 것. 원래 컨셉 자체가 '일렉트로니카 퍼포먼스' 였으니 그들이 직접 나와서 난장을 질러야지 100% EE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어떡해요. 전 클럽이나 공연장을 가기에는 집도 멀고 돈도 없는데. 그래서 한 주에 한 번 이상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그들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소년의 EE 감상기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E 1집 - Imperfect, I'mperfect - 8점
이이 (EE) 노래/로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