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이에게는 악몽이고, 어떤 이에게는 환상과도 같은 날이다.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앞으로의 날들을 화창하게 만들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는 지금의 나락을 발판삼아 단단한 대지를 만드려는 열정의 수단으로 삼겨질 수도 있다.

 

나에게는, 이번 미디어법 (+ 금산분리 완화 법안) 통과가 전부터 예상되던 일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비관적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고 (거기에다가 '2중대' 자유선진당과 '3중대' 친박연대도 있지 않은가) 그들과 노선을 같이 하는 자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오히려 미디어법이 통과가 되지 않을 수록 유예 기간만 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고, COEX에서 개막하는 SICAF와 서울캐릭터페어를 취재를 하러 갔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직권 상정을 대기 중인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고서 결국 취재를 취소하고, 편지를 보내는 것도 내일로 미뤄야 했다. 오마이TV와 YTN 생중계 (YTN은 NATE를 통해서 보았다.) 로 전해지는 영상을 보면서, 왜 진작에 국회 출입증을 얻지 않았지, 하면서 후회했다. 하긴, 출입증이 있어도 지방에 거주하는 나에게는 거의 취재가 무산된 것이나 같은 상황이었다.

 

보는 내내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던 중세 왕조의 실권자들이 그랬을까. 역사책에서만 권력의 가진 자들이 저지르는 횡포를, 이미 1년 전부터 겪고 있었다지만 이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노라니 참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저기, 이게 한나라당이 그렇게 주장하시던 의회민주주의 인가요?

 

(관련 기사 : "미디어법, 오후 2시 직권상정" - YTN, 2009년 7월 22일)

 

언제부터 민주주의 = 다수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전에 올렸던 100℃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결이 아닌 정당성이다. (클릭)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지금의 민주주의 제도는 있을 수나 있었을까? 주의해야할 것이 있는데, 수가 많은 것과 옳은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분, 일본에 가면 차별당하기 딱 좋은 분이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에 대한 한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과반수 이상 이었던 적이있었다. 자, 상황을 바꿔 한국이 일본이고 우리가 그렇게 무시하는 나라들이 한국이 되었다. 이제 어떡하실래요?)

 

이번 표결에서 한나라당은 정당성은 커녕, 간단한 민주주의 원리마저 어겼다. (대리 투표는 기본에, 방송법 투표에서 한 부결이 난 법안을 재투표해서 통과시키는 사태가 일어났다. 아, 폭력도 기본이었구나. 미안해요.) 이미 데이터 조작으로 얼룩진 법안을 (클릭, 클릭) 개정법안을 공개도 하지 않고서 통과하면 개정안을 발표하겠다는 어이없는 일을 (클릭) 저지르고, 힘으로 눌렀다.

 

자, 이렇게 협잡과 어설픔과 폭력이 섞인 미디어법과 금산분리법안 세트가 통과되었다.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한국의 미래는 거의 '막장'으로 '확정' 난 분위기이다. 조만간 KBS가 아닌 따른 방송에서도 조중동의 메세지가 끝없이 흘러나오는 광경을 보게 될 것 같고, MBC의 논조가 하룻밤 사이에 변하는 괴기한 사태도 벌어질 것 같다. 게다가, 이번 미디어법안에는 사이버 모욕죄도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농담삼아서 말한 '잡혀간다'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거기에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할 길이 생겼으니 삼성이 곧 모든 재정을 장악할 날도 머지 않았다. …이렇게 살펴보니 정말 막장이다, 그치?

 

이제 어떡해야 할까? 상황이 막장이 되었다고 주저하는 순간, 정말로 세상은 막장이 된다. 세상을 막장으로 만들 발판이 열렸지만 우리가 할 일은 아직도 많다. 거리에 나가기 싫다는 분, 최소한 자신의 기준에서라도 앞으로 벌어진 세상을 비판하는 글이라도 써보자. 저항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 현실적이지만 목표를 충분히 담은 주장을 하고 나서 그 주장을 비판하라. 포기하지 않는 자가 한 명이라도, 한 집단이라도 있으면 세상은 변화한다.

 

마지막으로 capcold님이 쓴 글 중에서 마지막 한 마디를 인용하고자 한다. 계속 누군가를 까고 비판한 자유를 얻고 싶은가? 야한 것이든 폭력이 철철 넘치든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하고 싶은가?

 

아니, 정말로 "여러분들은 민주주의를 과연 원하십니까? (클릭)" 만약 원한다면, 정말로 자유로운 세상을 원한다면 배우자. 그리고 행동하자. 간단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그들의 기초를 꺠부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추신. 작년 12월달 시사IN의 고재열 기자같이 언론노조와 각 시민 사회 단체들의 반대 농성 현장을 취재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나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의 상근 기자도 아니었고 그냥 단순히 블로그를 6개월 남짓 운영하다가 지원한, 곧 고3을 앞둔 학생이었다. 가결이 되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웃음이 생각난다. 고재열 기자, YTN 노종면 위원장,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MBC 이춘근 PD. 절망 속에서도 피어났던 미소를 생각하며 나는 멈추지 않는다.